스페인 다섯째 날 -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찾아서
전날 가우디 투어에 카멜 벙커까지 다녀와서 정말 피곤했다. 게다가 좋은 추억만 쌓았던 바르셀로나를 떠나는 날이라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외국에서 국내선을 탄다는 사실이 또 설레어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아침 일찍 공항으로 갔다.
공항에서 체크인을 하고 비행기를 타려고 기다렸다. 바르셀로나에서 그라나다로 가는데 비행기를 이용했다. 기차는 없었고 버스는 굉장히 오래 걸렸다. 그래서 부엘링 항공이었지만 가격도 적당해서 선택했다.
비행기는 평범한 LCC와 같았다. 조금 더 낡은 시트, 낡은 책자가 있었다. 3-3 배열이었고, 넓이는 적당했다.
공항에 착륙하고 굉장히 당황했다. 보통 비행기에서 내리면 바로 공항으로 이어지거나 버스를 타지 않는가. 그런데 여기는 마치 전세기를 타듯이 내려서 조금 걸어서 유도하는 길을 따라 걸으면 마치 터미널 같은 공항이 나온다. 시골은 시골인가 보다.
공항에서 무사히 짐도 찾고 나와서 공항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버스를 타고 가는데 저 멀리 엄청 높아보이는 산이 보였다. 그라나다에 있는 산인데 스키 타러 많이 온다고 하더라. 버스에서 내려서 캐리어를 끌고 조금, 한참을 걸어서 호텔로 향했다. NH 컬렉션 빅토리아 호텔이었는데, 객실은 넓었고, 깔끔했다. 침대가 너무 높아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짐을 풀고 쉴 새도 없이 이틀 전에 먼저 그라나다에 와 있던 여행 메이트 2와 3을 만나러 나갔다.
일행을 만나서 밥부터 먹었다. 맨 처음 스페인에 와서 먹었던 문어 요리가 인상깊어서 또 문어 요리를 주문했다. 처음 먹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역시 첫 감동은 이길 수가 없다.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낮술도 함께 했다.
그러고는 발길을 재촉해 알함브라 궁전으로 갔다. 일행은 먼저 와서 알함브라 궁전 투어를 했고, 우리는 오디오를 빌려 자유 관람을 하기로 했다. 중간에 나스르 궁전 입장을 예약해놔서 시간에 많이 쫓겼다.
오디오만 있으면 충분할 줄 알았다. 오산이었다. 궁 내는 굉장히 넓었고, 지도를 보며 길을 찾기도 쉽지 않았으며, 입구와 출구가 어딘지 헷갈렸다. 한 번은 나스르 궁전 출구 쪽에 서성이면서 들어가려다 경비 아저씨한테 혼났다. 그때 영어와 스페인어로 출구라고 써져 있었던 것 같은데 몰랐다. 결코 무단으로 들어가려던 것은 아니었는데 서러웠다. 그렇게 헤매다가 다 둘러보지도 못하고 나스르 궁전 입장시간이 되어서 줄을 서야 했다. 줄을 서서 예약된 시간부터 입장할 수 있었고, 큰 강아지가 짐 검사도 했다. 아래는 나스르 궁전 내부에서 찍은 사진이다. 내부를 둘러보면서 느낀 점은 정말 종교는, 믿음은 대단하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저런 세세한 벽장식을 할 수 있었을까. 감탄만 나왔다.
궁 안 정원에 있던 사자 분수이다. 정말 사자라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물을 졸졸 내뿜었다. 지진으로 내부 장치가 고장이 났는데 현재 기술로는 고칠수가 없다고 설명을 들었다.
위의 스테인드 글라스 같은 사진은 운 좋게 찍었다. 천장사진이다. 이 위를 볼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우리는 왼쪽 편 아래쪽에 서서 창가 쪽, 아래쪽만 보고 있었다. 그때 어떤 외국인 아저씨가 손가락을 위로 가리켰다. 뭐야 하면서 봤더니 전혀 상상도 못 했던 스테인드 글라스가 있었다. 아싸 하면서 사진을 찍는데 영 각도도 안 나오고 찍히지가 않았다. 여행 메이트에게 사진이 찍히지 않는다고 했더니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면서 셀카 모드로 찍더라... 똑똑한 사람.
까를로스 5세 궁전이다. 정말 컸다. 그리고 저 가운데에 서 있으면 소리가 정말 울려서 웅장 해지는 기분이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작은 박물관 같은 게 있었던 것 같다. 너무 급하게 다니느라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헤네랄리페 정원에 가고 싶어서 한참을 헤맸다. 지도를 보며 예상되는 방향으로 가는데 아무리 가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건너편에 있는 저 건물인가? 하면서 한참을 갔는데 도저히 시간 안에 갔다 와서 알카사르까지 구경할 수 없을 것 같아 중간에 돌아왔다. 그런데 투어를 했던 여행 메이트 2의 말에 따르면 저 건물도 아니고 조금만 더 가면 있었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 정말 예뻤다고... 정말 나도 가보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문 닫기까지 30분인가 1시간인가 남아있었다. 서둘러서 알카사르에 올라갔다. 그 사이에 여행메이트1과 헤어졌다. 어쩐 이유에선지 서로 연락도 되지 않았다. 나는 이때 길을 잘못 들어 파티마의 손 뒤편까지만 갔다가 돌아와서 알카사르에 겨우 올라갈 수 있었다. 그래서 알카사르를 빠르게 돌아봤지만 정말 여기 올라오고 싶었던 여행 메이트는 파티마의 손으로 나가서 계속 아래로 내려가 이 풍경을 보지 못했다.
풍경을 둘러보고 내려오면서 계속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 나오는 우물을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시간은 없고 마음은 급하고 인터넷으로 찾아서 겨우 찾았는데 그쪽으로 가려고 하니 나갈 시간이라 못 가게 했다. 'just 1 minute!'이라고 간절히 말했는데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래서 겨우 멀리서 확대해서 사진밖에 못 찍었다.
그렇게 나는 겨우 시간안에 다시 입구로 뛰어서 돌아가서 오디오를 반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여전히 여행 메이트 1은 연락두절이었다. 입구 쪽에서 앉아서 잠시 기다렸더니 전화가 왔다. 여행 메이트 1은 길을 잘못 들어서 파티마의 손 출구로 나가서 쭉 아래로 내려갔다고 했다. 뭔가 잘못된 것을 알고 성벽을 따라 다시 돌아오는 중 인대 죽을 것 같다면서 돌아왔다. 다행히 문 닫을 시간이 지났는데도 위약금 없이 오디오 반납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려가는데 올라올 때는 택시를 타고 왔는데 내려갈 때는 어떻게 내려갈지 막막했다. 파티마의 손이 뭔지 궁금하기도 해서 걸어 내려가자고 했다. 내려가면서 길 잃었던 무용담을 들었다. 계단에서는 어떻게 기어서 올라왔는지 시범도 보여줬다.
그리고 여기 도착해서야 나도 파티마의 손 뒷편까지는 왔었다는 것을 알았다. 덕분에 사진도 찍었다. (실은 파티마의 손 처음 들어봤다. 그러니 근처까지 와도 아무 생각이 없었지...) 그러고 쉬엄쉬엄 내려오니 그라나다 길거리가 나왔다.
아침부터 비행에, 알함브라 궁전 관람에 이래저래 몸이 파김치였지만 밥은 먹어야 했다. 한 끼도 아쉽게 넘길 순 없지. 먼저 와있던 여행 메이트 2,3이 봐 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골목으로 데려가는데 조금 무서웠다. 그래도 이틀이나 먼저 와있던 그라나다 선배라 믿고 따라갔다.
하몽은 정말 짰다. 그런데 멜론이랑 먹으니까 정말 맛있었다. 단짠의 조화란. 이 식당에는 우리처럼 식사하는 테이블과 간단하게 먹고 마시는 바가 있었다. 바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서서 먹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거기에 끼고 싶었지만 극 소심한 나는 그냥 부러운 눈으로 바를 바라보면 식사를 했다. 와인을 주문했을 때 미리 한 잔 시음시켜주고 주어서 좋았다. 샐러드와 디저트까지 정말 맛있는 한 끼였다.
지금도 알함브라 궁전이 제일 아쉽다. 그래서 그라나다를 다시 한번 가고 싶다. 이렇게 복잡하게 돌아다녀야 하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장소를 여행할 때는 투어를 이용하는 것도 매우 좋은 선택인 것 같다. 길 헤매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되고, 알면 좋을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다음에 가면 꼭 투어를 통해 둘러볼 것이다.
여행 메이트 2가 한적한 남부 스페인을 느끼고 싶다고 선택한 일정이었다. 확실히 바르셀로나와는 다른 매력이 있는 마을이었다. 도시 같지만 작은, 정감이 느껴지는 그라나다, 또 가고 싶다.
가계부
알함브라 궁전 입장료(사전) 14.875유로
부엘링 항공(바르셀로나-그라나다) 56,156원
NH 빅토리아 호텔 95,721원
커피 1.6유로
도시세 4.84유로
샹그리아 8.65유로
점심 타파스 60.60유로(같이)
포션 13.97유로(같이)
저녁 88.4유로(같이)
택시비 7유로(같이)
알함브라 궁전 오디오 가이드 6유로
공항버스 3유로
여행 온 뒤 내가 쓴 총비용 62.44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