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셋째 날 - 바르셀로나 근교
이 날은 바르셀로나 근교 투어를 예약했다. 실은 나는 패키지만 여행사를 통해서 가는 줄 알았지 이렇게 자유 여행 중간에 투어를 이용할 수 있는지 몰랐다. 그래서 이 투어도 여행 메이트가 했다길래 아무것도 모르고 같이 신청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와이너리 투어를 할걸 싶다.(원래는 와인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스페인 여행을 다녀와서 와인을 좋아하게 됐다.)
어쨌든 아침 일찍 지하철을 타고 모이는 장소로 향했다.
해도 뜨기 전에 가서 기다렸다. 해뜨기 전 군청색 새벽하늘이 무척 예뻤다. 사람도 보이지 않았고, 배는 고픈데 간단히 끼니를 때울 가게도 보이지 않았다. 배고픔을 참으며 버스를 기다렸다. 왠지 우리 버스로 보이는 높은 버스가 있었다. 처음에는 2층 버스인 줄 알았는데 그냥 높은 버스였다. 아무 자리에 앉아서 출발하길 기다렸다.
처음 목적지는 몬세라트 였다. 가우디가 여기 산 절벽을 보고 영감이 떠올랐다나. (까사 밀라를 보면 몬세라트 산보다는 바르셀로네타 해변의 흩날린 모레가 더 비슷하다.)
가는 길에 반대편 창문에는 멀리 프랑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피레네 산맥이 보였다. 가는 길 내내 우리나라와 다른 풍경이 보여 설레고 신났다.
가자마자 가이드가 다른 투어에서 오기 전에 검은 성모상 먼저 보고 산맥을 봐야 한다고 해서 줄 먼저 섰다.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 나중에는 줄이 너무 길어져서 기다리는 시간이 엄청 걸리는 것 같았다.
성모상까지 가는 길에 유럽 성당하면 생각나는 스테인드 글라스가 보였다. 생각했던 거랑 달랐지만 신기하기는 했다. 스테인드 글라스의 묘미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가서 느낄 수 있었다.
드디어 검은 성모상 앞에 섰다. 소심한 나는 급하게 찍고, 급하게 만지고, 급하게 소원 빌고 자리를 비켜줬다. 이때 꼭 뒤를 돌아서 성당 전경을 감상해야 한다. 가이드가 설명해줬는데 앞에 분들이 그냥 가는 걸 보고 안타까웠다. 꼭 보시길 바란다.
그 후에 밖으로 나와서 가이드가 설명해주는 이 곳의 유래, 역사 이야기 등을 들었다. 이때 각자 받은 수신기에 이어폰을 꽂아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데 정말 신세계였다. 설명도 깔끔하게 잘 들리고 가이드도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이크 기능도 넣을 수 있어서 실감 나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나는 무교라 성경의 내용을 몰랐는데 설명을 들으며 간단하게나마 알게 되었다.
설명을 들은 뒤 산책코스는 자유롭게 둘러본 후 다음 코스로 이동했다. 조금 걸어서 전망대에 가면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 맛에 여행하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안녕 몬세라트! 내가 여기서 산 스페인 동화책은 언젠간 꼭 읽어 볼게!
그 다음으로 향한 곳은 타라고나였다. 그곳에 가는 길에 수도교에 잠깐 들렀다. 여기 수도교가 올라가 볼 수 있는 곳이라 좋았다.
나는 처음에 수도교라는 게 뭔지 몰랐다. 수도원인 줄 알았다. 그게 아니라 물을 끌어오는? 물이 흐르는? 곳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음.. 홍수를 막기 위해 아치 모양으로 물이 흐르게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아니란다. 맨 꼭대기에 있는 작은 홈으로 물이 흐르는 거란다.
수도교에서 사진을 찍고 난 뒤 타라고나라는 바닷가 마을로 향했다. 여기서 본 지중해는 그 후에 본 시체스의 지중해와는 느낌이 달랐다. 높은 곳에서 봐서 그런지 탁 트인 느낌에 마음이 정말 시원해졌다. 파랗고 반짝반짝했다.
여행의 묘미는 낮술이지! 여행 가서 하루라도 알코올이 안 들어가면 섭섭하다. 물만한 가격의 맥주를 하나 사 들고 바닷가 마을을 산책했다. 실제로 바람이 많이 불어서 쌀쌀했지만 마음이 참 따뜻했다.
그 다음 시체스로 갔다. 내가 좋아했던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 촬영 장소란다. 그런데 나는 왜 모르겠지... 해 질 녘이라 하늘색이 색달랐다. 나는 아무리 바다를 많이 가도 바다에 또 가면 또 좋다!
이렇게 해가 질 때까지 시체스를 구경하고 다시 바르셀로나 시내?로 돌아왔다. 처음 하는 투어였는데 아주 만족도가 높았다. 관광지에 다닐 교통편이 불편하고 알아보기 귀찮다면 투어를 적극 활용하기를 추천한다.\
저녁은 새끼오징어 튀김이 유명한 가성비 좋다는 해산물 가게로 갔다. 유명한 식당들은 다 웨이팅이 있어서 걱정했는데 이 식당은 다행히 자리가 있었다.
웃겼던 건 앞에 매대에서 골라서 산다. 그러면 조리 후 번호를 불러준다. 내 기억에 잘 모르는 스페인 어로 불러줬던 것 같다. 그래서 여행 메이트와 얘기하다가도 번호 소리가 들리면 긴장을 했었다. 또 한 번에 주지 않고 조리되는 대로 불러줘서 계속 계속 긴장했었다. 이때 화이트 와인을 거의 처음 먹어봤는데 왜 해산물에 화이트 와인을 먹는지 알 수 있었다. 해산물의 비릿함을 깔끔하게 지워준다. 한 잔만 시켰었는데 글라스 가득 채워줘서 딱 좋게 마실 수 있었다. 튀김은 언제나 옳다. 새끼 오징어 튀김은 물로 맛조개, 새우 등 모든 해산물이 맛있었다.
하루종일 투어를 해서 힘든 하루였는데 나는 아쉬웠다. 그래서 카페 유랑에서 동행을 구해 클럽에 갔다.
결국 바르셀로네타의 밤바다까지 봤다. 정말 바다를 몇 번 보는 건지... 어쨌든 평소에 클럽에 사람이 많다고 했는데 이 날은 별로 없었다. 클럽들이 모여 있는데 거리 자체에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호객행위를 하는 직원도 있었다. 제일 유명하다는 클럽에 갔는데 사람이 정~~ 말 없었다. 한국사람 한 무리를 만나서 같이 놀았다. 시간이 지나자 사람이 조금 많아지기는 했는데 노래도 뭔가 느린 비트고 그래서 그냥 나왔다. 같이 갔던 동행은 영어를 정말 잘해서 대화도 많이 하던데 나는 반은 못 알아 들어서 많이 속상했다. 이럴 때마다 외치는 것은 영어 공부해야지... 새로운 경험을 해 본 것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안 가봤으면 정말 후회했을 것 같다. 새벽에 얌전히 들어와 잠을 잤다. 내일은 가우디 투어 날. 열심히 또 돌아다녀야 하는군.
가계부
커피, 도넛 3.3유로
몬세라트 동화책 7유로
미니 꿀 4개 6유로
환타, 치즈케이크 6.75유로(같이)
젤라또 2유로
맥주 0.7유로
올리브오일 기념품 34.15유로
저녁 해산물 31.54유로
과자, 아이스크림 2.2유로
클럽-택시 왕복 18.2유로
클럽-맥주 8유로
클럽-진토닉 13유로
클럽-옷 보관 2유로
지하철 2.2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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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총비용 118.79유로